개갑장터 순교성지 '외양간 경당'의 오후 3시 미사 시간이 알려지지 않은 관계로
축복식 이후에
미사 오신 순례자들이 한 분도 없어, 혼자서 미사 드릴 생각까지 했었는데
하느님 자비와 은총, 그리고 순례자들의 발길을 이끌어 주셔서
6일에 5분, 7일에 11분, 8일에 8분, 9일에 3분, 10일에 10분, 11일에 7분이
오후 3시 순례자 미사에 참석하셨다.
감사드릴 따름이다.
그리고 전례 봉사자들이 한 분, 한 분 생겨나는 것을 보니
참으로 기쁘기 그지없었다.
외양간 경당 축복식 후, 경당 주변에는
소소하게 신경 써야 할 일들이 많았다.
그 시작이 바로, 황토 흙과의 전쟁!
사실 고창의 황토 흙은 농사에 좋지만, 생활에는 은근히 불편함을 준다.
예를 들어, 경당 주변은 황토 흙으로 된 잔디밭이라,
잔디가 충분히 올라와 땅을 굳게 다져주기 전까지 비가 올 때 마다 경당 주변은 황토 뻘이 된다.
그런 상태에서 오후 3시, 순례 미사에 오신 분들이 황토 뻘을 밟은 채로 경당에 들어오면 자연히 경당 내부가 흙천지가 되기에 ...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안한 생각이
올 봄까지 화목 보일러용으로 쓰던 통나무가 남아있기에
그 나무를 일정하게 자른 후, 성지로 가지고 가서
비가 올 때마다 황토 뻘이 되는 곳에 자른 나무를 깔아 놓는 것이었다.
그래서 고창 본당 교우 분에게 도움을 요청했더니,
그 형제님은 어느 날 아침, 오전에 일이 없다면서, 어떤 분이랑 공소에 오셔서
엔진 톱으로 나무 자르는 일을 해 주었다.
함께 오신 분은 신자는 아니지만, 조용하면서도 우직한 분이었고,
두 분은 말없이 일을 하는데, 손과 발이 척척 맞았다.
그래서 2시간 안에 나무를 거의 다 잘라 주었다.
점심시간이 되어, 중국집에서 시킨 짬뽕과 콩국수, 볶음밥을 먹는데
두 분의 얼굴에는 땀을 비 오듯 흘렸다.
나는 고마운 마음에 그 분들께 말했다.
“죄송해요, 바쁘고 귀한 시간을 내 주셔서 이렇게 좋은 일을 해 주셔서. 암튼 사례를 어떻게 할까요?”
그러자 교우 분이 손사래를 치며,
“신부님, 그런 말 하지 마세요. 이 형님에게 여기 일 좀 도와주러 가자고 하니, 바로 따라 나서 주었어요. 그리고 저 뿐 아니라 이 형님의 하루 일당이 비싸요. 하하하. 그런데 형님이 먼저 말씀하셨어요. 이런 데 오면 일당 받는 것이 아니라고. 형님이 신자인 저 보다 훨씬 나은 분이예요.”
말씀만 들어도 고마웠다. 그래서 나는 형님이라는 그 분에게 말했다.
“감사합니다. 이 세상을 살아가는 방식이 저 보다 훨씬 훌륭하세요.”
그러자 그 분은,
“신부님, 세상사는 방식에 이런 노래 가사가 있잖아요. ‘사랑은 연필로 쓰세요.’ 우리 인생도, 뭐 연필로 쓰고 살면 좋잖아요. 좋은 일 있으면 좋고, 안 좋은 일이나 기억이 있으면 지우개로 지우고. 뭐 그렇게 하루, 하루를 살다보면 세상 그렇게 복잡하게 안 살아도 잘 살 수 있어요.”
너무나도 인상이 좋고, 마음 씀씀이가 좋은 ‘형님’이라는 분에게
나는 천주교 신자가 되시라 권유 한마디 못했다.
왜냐하면 신자 이상으로 세상을 겸손하게, 성실하게, 봉사하며 기쁘게 살아가는 모습을 보았기에,
... 그냥 존경과 감사의 마음이 느껴졌다.
그래서 오후에 성지 마당에 나무를 다 깔아 놓았다.
잘 되었으면 좋겠다. 모든 것 ... 하나하나가 ...
"주님, 주님의 일을 함께 하는 이들에게 축복을 주소서. 진심 ... 축복을 주소서."
형제님들이 너무 고마운 분들이네요 정말 형제님 말처럼 좋은 일은 연필로 쓰고
안좋은 일들을 지우개로 지우듯이 살아간다면 신앙생활
안에서도 내면의 비움으로 얼마나 기쁘게 살아갈수 있을까요
경당 전례봉사자분들이 오셔서 읏음꽃이 피고 신부님께서 매우 기뻐하시니
너무 좋아 보이십니다 감사 합니다